"타인 간 대화 녹음·청취 안돼"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의심해 차량에 녹음장치를 달아 대화내용 등을 녹음한 아내의 행동은 불법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한소희 판사는 남편의 내연녀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한 판사는 "B씨는 남편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자 2회에 걸쳐 A씨와 남편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의 범행 동기와 방법, A씨와 B씨 남편 사이의 대화 내용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공개 또는 누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 판사는 또 아내인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가 B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 판사는 "A씨는 B씨의 남편이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B씨 부부의 공동생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B씨의 정신적인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밝혔다. 다만 B씨가 내연녀인 A씨 집을 찾아가고 A씨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판사는 "B씨가 A씨 부부 집으로 간 것이 한 차례인 점, A씨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 것도 1회인 점, 문자 내용 역시 답글을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남편 몰래 차량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이후 B씨는 지난 1월과 2월 남편이 A씨와 성관계를 한 것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을 도청했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도청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3000만 원을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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