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수위' 이견 팽팽…“지나치다" vs "보호 대상인 어린이 고려해야”
전문가들 “우선 과제는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안전의무 명시”
민식이법을 희화화한 모바일 어플 ‘스쿨존을 뚫어라’의 게임 화면./어플 캡쳐
오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초등학교 등교 개학을 앞두고 이른바 ‘민식이법’의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가해자를 가중 처벌 하는 ‘민식이법’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 부정적 여론은 법 시행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최근에는 한 커뮤니티를 통해 ‘민식이법을 빌미로 300만원의 합의금을 강요당했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운전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이를 희화화한 모바일 게임도 출시되며 민식이법을 옹호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행 한 달…민식이법 효과는?
지난 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3월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스쿨존 내 사고 건수는 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건)보다 58%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민식이법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초등학교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 청장이 다소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반론이 즉각 제기됐다.
실제로 7일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방학 기간인 1·2월과 8월에 발생한 스쿨존 내 월평균 사고 건수는 약 25건으로, 민 청장이 제시한 비교 자료인 50건보다 25건이나 적다. 따라서 아직 등교 개학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민식이법의 효과를 결론 짓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들의 등교 개학 이후 장기적 측면의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만 과잉 처벌?’ 찬반 논란 이어져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골자로 한다. 이 중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운전자의 과실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 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가 윤창호법에 따라 받는 형량과 같다.
그러나 음주운전의 ‘고의성’과 비교했을 때, 스쿨존 내에서 30km 이상으로 주행하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지 않는 등의 ‘과실’을 가중 처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현승진 법률사무소 세웅 변호사는 “법률이 형평에 맞지 않으면 위헌의 소지가 있고, 실제로 위헌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며 “또 민사 사건과 다르게 형사 사건에서는 운전자 과실이 10%뿐이어도 처벌을 받게 돼 이로 인한 운전자의 불이익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피해자가 보호 대상인 어린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가 실질적 형평에 맞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엔엘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가 국한돼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법정형이 불균형한 사례는 이미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오후 12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돼 있는 모습./사진=이주형 기자
◇우선 과제는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과 ‘구체적 안전의무 명시’
전문가들은 경찰 등 정부 기관의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과 구체적인 안전운전 의무 명시가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우선적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민식이법을 촉발한 교통사고는 운전자 A씨가 사고 당시 불법 주정차 차량들 사이에서 나오는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했다.
그러나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불법 주정차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25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시내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9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 건수인 8793건보다 많다.
또 최근 A씨가 민식이법과 무관하게 전방 주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돼 금고 2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운전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의무 사항 정보가 필요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현 변호사는 “범죄율은 단속·검거율을 높일 때 가장 큰 효과가 있다”며 “주차단속 인원을 확충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어린이 안전 유의 의무는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국회에서 세부 사항을 알리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형 기자 1stoflee@asiatoday.co.kr
기사승인 2020. 05. 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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