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판례 변경...'피해자 모르게 근저당권 설정' 사건 파기환송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속이는 해위 통한 사기죄 처벌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타인을 속여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한 경우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사기죄 성립에는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속여) 재물을 교부받거ㅏ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다. 기존 판례는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갈수록 교묘하고 복잡해지는 사기 범죄에 따른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기존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타인 토지에 무단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대춝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52)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가 처분 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피해자의 행위가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 행위로 평가되고, 이런 행위를 피해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행위에 상응하는 처분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2011년 4월 A씨의 땅을 3억원에 구입하기로 하면서 "이 땅을 담보로 3천만원을 빌려 계약금으로 주겠다"고 A씨를 속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약속보다 많은 1억원을 빌려 계약금을 내고 남은 7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다른 땅주인들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토지거래 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서명하게 한 후 , 이를 이용해 총 8억2천만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1, 2심은 "피해자에게 약속한 근저당권 이외에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다"먀 무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재산 처분 의사는 사기죄 성립과 상관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처분 행위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더 지능적이고 교묘한 기망 행위를 사용한 사기범의 사기죄 처벌이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며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한 일반인의 법 감정과 더욱 부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yun@na.co.kr
기사입력 2017.02.16 오후 3:36
최종수정 2017.02.16 오후 3:38